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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산다(edited)

admin 2026-08-06 04:36 조회 12 좋아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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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부터 머릿속이 분주하다.
지난 인생의 갈림길에서 내렸던 선택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그날의 분위기를 다시 떠올리고, 그때 누군가가 했던 말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런 가정들이 또 다른 가정을 낳고,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미 끝난 장면인데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다른 결말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때의 내 선택이 잘못된 것이었을까?
만약 지금의 내가 행복하고,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면 과연 그런 후회가 계속 떠올랐을까? 오히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마음이 과거라는 빈 공간을 계속 떠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면 과거의 결정은 이미 끝난 사실이다. 지금의 내가 그것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결정이 옳았는지 그르렀는지는 아직 끝난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과거의 의미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현대정보기술을 그만둔 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아닌지는 지금도 단정할 수 없다.
계속 다녔다면 더 안정적인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 울산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영국에서 석사 과정을 공부할 기회도 없었을지 모른다.
현대정보기술에서 보낸 7년은 내 인생의 목적지가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었다.
지금의 어려움 때문에 그 시간을 실패라고 규정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선택은 평가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현재의 나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죽는 순간까지도 과거의 어떤 선택이 옳았는지 그르렀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니 과거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맞고 틀렸다는 판단에 집착하지 말자.

과거 때문에 현재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어떻게 살아내느냐가 결국 과거의 의미를 결정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緣起)가 떠올랐다.
과거의 인연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만, 그 과거는 이미 지나간 인연일 뿐이다. 이미 끝난 것은 공(空)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비어 있는 것을 마치 지금도 실체가 있는 것처럼 붙잡으려 한다.
하지만 과거는 이미 빈 공간이다.
남아 있는 것은빈 껍데기 뿐이지, 그때의 현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로 지금 이 순간의 선택과 노력은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 그 인연은 언젠가 또 하나의 현실이 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공으로 돌아갈 것이다.
모든 것은 머물지 않는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살아가는 것이지, 집착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게 무엇이 남아 있는지 알고, 오늘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앞으로 어떤 인연이 새롭게 만들어질지 지켜보면 된다.
그리고 무엇이 실체이고 무엇이 이미 공이 되었는지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과거를 다시 살아 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내는 것이다.
오늘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가 새로운 연이 된다.
과거를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산다.
언젠가 또 아침에 잡념이 떠오르더라도, 그것이 이미 비어 있는 껍데기라는 사실을 안다면
그 잡념은 조용히 사라지고 나는 다시 과거가 아니라 오늘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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